빨간색을 ‘신앙의 순교’로 상징
서구 종교에서 붉은색은 신앙의 숭고한 순교를 상징합니다. 흥미롭게도 배빗은 그의 저서, "빛과 색의 원리(Principles of Light and Color, 1896)"에서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붉은색 창유리가 사용되었음을 언급합니다.
빛은 세상의 찬란함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가장 순수한 현상이며, 그 속성상 진실을 말하고 감춰진 것을 폭로하는 힘을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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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창유리 |
사랑의 색 빨강
18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창녀들이 가슴에 붉은 리본을 매달아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19세기 초 북아메리카 수우족의 처녀는 사랑을 고백하는 의식으로 얼굴에 짙게 붉은색을 칠하고 사랑하는 이에게 나아갔습니다.
이처럼 붉은색은 예로부터 투쟁의 색이자 열정적인 사랑의 색으로 양면적인 의미를 지니고 사용되었습니다.
선명한 붉은색은 활력을 불어넣고 즐거운 느낌을 주지만, 과도하게 사용될 경우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빨간 지대'나 '홍등가의 여인'과 같은 표현은 이 색이 지닌 성적인 함의를 넌지시 드러냅니다.
건물을 장식한 빨간색
미국의 미술 교육학자 메이틀랜드 그레이브스는 1941년 저서 "색채와 디자인의 예술"에서 고전 예술과 원시 예술을 야외 예술의 본질로 규정하며, 붉은색의 두드러진 활용 사례를 제시합니다.
그는 붉은색이 건축물 전면의 입상 조각, 북미 흑인들의 숭배 대상인 토템폴, 그리고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전함이나 전차의 채색에 주로 사용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붉은색의 강조는 푸른 하늘과 녹색 초목이 주를 이루는 자연 환경 속에서, 난색이 만들어내는 가장 효과적인 시각적 대비를 활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빨간색은 악마·악령 물리치는 힘
한편, 고대 유럽인들은 불의 색인 붉은색에 악귀를 쫓는 신비한 힘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믿음은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침실 문에 붉은 실을 꼬아 매달아 악마를 막으려 했던 풍습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로마 제정 초기의 박물학자인 플리니우스의 기록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는 갓난아기를 악령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목에 붉은 리본을 걸어주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붉은색은 고대 사회에서 단순한 색깔을 넘어, 강력한 상징적 의미와 실질적인 효력을 지닌 존재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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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빨간 리본 |
고대 그리스인과 에트루리아인들은 전투에 임하기 전, 온몸을 붉은색으로 물들여 투지와 용맹성을 고취했습니다. 이는 붉은색이 지닌 공격적인 이미지를 활용한 고대의 전투 전략이었음을 시사합니다.
브라질의 카야포 인디언들에게 붉은색은 단순한 색깔 그 이상으로, 강인한 힘, 굳건한 건강, 그리고 날렵한 민첩성을 상징했습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인해 그들은 신체의 말단 부위나 얼굴에 붉은색을 칠하여 이러한 긍정적인 속성들을 기원하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붉은색이 문화권에 따라 얼마나 다채로운 의미와 상징성을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8가지 이념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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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가지 이념의 색 |